주변의 오래된 것들은 그 안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안을 정리하다 무심코 열어본 서랍속의 어지러운 물건들은 지나 온 시간들의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선물받은 만년필을 하루만에 잃어버리고 난감해하며 돌아다니다가 지난 시간의 행적을 거슬러 올라가며 찾아 본 적이 있다. 결국 어느 마트 직원의 가슴팍에 꽂혀있던 내 물건을 찾아냈다. 더 이상 새것의 모양이 아닌, 누군가의 손을 탄 흔적이 역력한 만년필, 지금도 그 만년필을 가지고 있는데 꽂이부분의 벌어진 틈은 한 때 다른 사람의 것이었던 증거이다. 그 후로도 나는 그 만년필을 애지중지하며 사용했고 지금도 잉크만 삽입하면 쓸 수 있다. 금빛과 은빛이 한번도 바랜 적 없이 항상 새로운 느낌이지만 벌어진 꽂이부분을 보면 가슴이 아린다. 소중한 것은 이렇듯 남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