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을 때 가장 쉽게 읽는 방법이 있다. 연애에 대입하는 거다. 시의 화자가 말하는 대상이 무엇이든 그것을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에 빗대면 술술 읽힌다. 내가 유용하게 쓰는(?) 간편한 시 독해법. 한용운의 시에서 보통 ‘님’이 가리키는 대상을 이렇게 말한다. 연인이거나 조국, 또는 절대자라고. 이때 흔히들 님을 조국이거나 절대자라고 해석하는 편이 우월하고 고상한 독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허세일 우려가 있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사실 일본 침략기를 겪어 보지 못했다. 모두 책을 통해 읽은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그건 일종의 텍스트적 이미지이요, 배경 지식적 스키마에 불과하다. 35년 동안 조선을 지배한 일본보다 지난 달 나한테서 10만원 빌리고 여태 안 갚는 친구놈에게 우리는 더 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