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를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심신을 달래주었던 유일한 책이 여행 산문집이었다. 모든 화살이 나한테 몰려오고 있는 듯한 느낌에 숨쉬기조차 힘들 때 여행 에세이는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 주었다. 언젠가는 그들이 지나온 자리에서 나도 그곳의 채취와 풍경을 느껴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말이다. 참 오랜만에 읽은 여행 산문집이다. 다큐 PD라는 직업보다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을 읽은 기억 때문에 작가와의 거리감은 좁힐 수 있었다. [멀고도 가까운]도 여행 중에 읽은 책이다. 그 뒤로 다시 한 번 더 읽어야지 했던 책이기도 한데 [건너오다]를 읽으면서 더 곱씹으며 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나는 길치에 방향치에 인생치다. 그래서 늘 한발 늦게 시작하고 한치 늦게 깨닫는다. 그렇다고 뭐 딱히 크게 손해 ..